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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태어나 집은 페낭이고 도쿄에서 일하는 루슨(여권 미들네임)이 써 가는 블로그입니다. #Korea #Penang #Tok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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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4.12.09 [金石客棧] 자신을 찾아 떠난 여행 2
2014. 12. 9. 12:04 타이완 台湾


예약을 잘못해 이틀을 머물게 된 타이페이(台北).
거래처 직원이 알려준 지우펀(九份)에나 다녀 올까 찾은 곳에서 아침을 맞았습니다.

지우펀은 홍등 거리로 유명한데 밤 늦게 도착해서 가게 문은 모두 닫혀 있고 홍등도 그새 불 밝힐 힘을 잃었더군요.

여행이나 관광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 타이페이 와도 편의점 가는 일 아니면 호텔을 나오지 않고 객실에서 맥주 마시며 일했는데 이번에는 무슨 바람이 불어서.. ㅎ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千と千尋の神隠し)에서, 온천에서 일하는 사람(神?)들이 자기 이름을 잊고 사는걸 보고 나도 어느새 잊혀져간 자신을 찾아 볼까 그 에니메이션의 모델이 된 곳에 와 보고 싶었습니다.

불빛 별로 없는 꼬부랑 산 길을 달리는 승객 둘뿐인 버스에서 옆 자리는 가오나시(カオナシ)가 앉았으면 했는데 어떤 이쁜 아가씨가 앉아서는 내리는 곳까지 친절히 가르쳐 주더군요.

지금은 여행객들 서둘러 떠난 객잔(客棧)에서 골짜기마다 오밀 조밀 모여있는 집들과 의외로 가깝에 펼쳐진 바다를 굽어 보고 있습니다. 근데 솔직히 반바지 바람에 폼 잡고 앉아 있기엔 너무 추워~ ㅠㅜ


저는 겁이 많고 말이 없어 표현도 잘 못하는 소년이었습니다. 행동도 느려 터져서 세상을 살아 가려면 빠릿 빠릿해야 한다고, 전쟁에 할아버지 돌아가시고 고생 바가지로 하신 아버지께서는 항상 '으바리'라고 부르신 게 기억이 납니다.

뭐를 해야할지도 모르면서 집과 독서실을 오가며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좋아하던 수학도 왜 공부해야 하는지 이차 방정식을 어디에 쓰려고 외워야 하는지도 몰랐습니다.

세상은 모르는 것 투성이였는데 어떻게 물어 봐야 하는 지도 모르는 데다 말 해 줘도 잘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엄니가 통역사의 길을 가게 된 계기입니다. 아버지와 저 사이의..

그래서 찾은 게 책입니다. 세상의 모든 일을 유려한 문체로 잘도 정의 해 두었더군요. 반복해서 읽다 보면 그 정의에 준하는 상황을 맞을 때도 스스로는 제대로 정의하지 못하고 지나친 일들이 문장 속에서 발견될 때도 있습니다.

인터넷이 생기고 부터 책은 역사와 인문 사회 과학에 한정하고 언제나 인터넷에 물어 봅니다. 그러면서 내가 제대로 이해하는지 내 삶을 제대로 정의하고 있는지 이런 저런 사람들과 술잔을 기울이며 확인합니다.

그렇게 살다보니 말이 너무 많아 졌습니다.. ㅎ 어제도 같은 객잔에 머무르는 한국 사람들과 중국사람을 술 마시자고 모아두고 혼자 떠든게 아닌가.. ㅠㅜ

이젠 다시 되돌아 갈 때도 된 것 같습니다. 세상에 대한 용기도 생겼고 나름대로 정의해 가는 삶을 공감 해 주시는 분들도 늘어 가니 이제는 듣는 귀와 세상을 담을 마음을 갖춰야 겠다는 생각입니다.
​​​


【写真】 체크 아웃 시간이 훨씬 지나고도 객잔에 혼자 남아 객실에서 뒹굴 뒹굴.. 이게 진짜 나 아냐?! 에~이 설마~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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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루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