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멘 (らぁめん)
나고야에서 공부하는 4년동안 일본을 이해하고 적응하려 무지 노력했는데 못 먹는게 하나 있었습니다.
일본 라면은 왜 그리 느끼하고 산뜻한 맛이 안 나는지 아무리 먹어도 적응이 안 되더군요.
낫또(納豆)는 우연한 기회에 친해졌습니다.
유학 초기에 묵었던 사설 기숙사에서 식사 때 낫또가 나왔습니다. 같은 테이블에 앉은 한국 사람이 설명해 준 데로 넣고 비벼서 한 입 먹었는데 너무 싫더군요.
밥 먹는데 젖가락은 왜 그리 끈적거리는지 살아 있는 동안 다신 안 먹으라라! 다짐까지 할 정도였습니다.
아르바이트 끝나면 자전거로 통금에 늦지 않으려고 열나게 밟아 겨우 기숙사 문 닫기 전에 돌아 온 어느날, 한숨 돌리고 나니 잊고 있던 허기가 몰려 왔습니다.
입에 넣을꺼라곤 수돗물 밖에 없는데..
그때 친구 골탕 먹이려고 꽁쳐둔 낫또가 눈에 들어 왔습니다.
시장이 반찬이라고, 밥 투정하면 굶기라는 아버지 말씀이 틀리지 않았습니다. 그 낫또를 깨끗히 비웠거든요.
그 후로 낫또 야끼니꾸, 낫또 카레, 낫또 스파게티, 낫또 규동.. 전부 경험했습니다.
첫인상은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겪고 나서 판단해도 늦지 않는다는 교훈을 그때 배웠습니다.
도쿄에 있는 회사에서 신설되는 웹 사업부 부장을 맡았습니다. 일본이 좋아하는 서비스를 개발해야 하는 입장이 되면서 일본 사람이 둘째가라면 서러워 할 정도로 라면을 좋아하는 이유를 느끼고 싶었습니다.
그 후로 한달동안 매일 배가 고플데로 고픈 시간에 집 근처 라면집에서 저녁을 해결했습니다.
사진은 지나갈 일 있으면 못 참고 꼭 들르는 라면집입니다.
하카타(博多) 동꼬츠(豚骨) 라면에 매운 숙주나물 넣어서 아쯔캉(熱燗) 한 잔하면 행복은 이미 내 안에 있습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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