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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태어나 집은 페낭이고 도쿄에서 일하는 루슨(여권 미들네임)이 써 가는 블로그입니다. #Korea #Penang #Tok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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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반향초라..
차를 반이나 마셨는데 향은 처음과 같구나..
사람도 초심(初心)을 잃지 말아야 하는데..

소동파(蘇東坡)와 함께 북송을 대표하는 시인 황정견(黄庭堅)의 시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황정견은 북송 시대 4대 명필(北宋四大家) 중의 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조선 후기 대표적인 명필 김정희(金正喜)가 좋아했나 봅니다.

원문은..

​靜坐處茶半香初
妙用時水流花開


'정좌처 다반향초'하고
'묘용시 수류화개'하네

고요함 속에 차를 반이나 마셨는데 향은 처음과 같고
마실 때마다 그 향기에 취해 행복한 기분이 드네.

【出処】
추사(秋史) 김정희가 우리나라 다례(茶禮)를 정립한 초의선사(草衣禪師)에게 써 준 글로 유명해진 문장입니다. 둘은 오랜 벗이었습니다.

【附椽】
이 시에서 명문은 다반향초(茶半香初)와 수류화개(水流花開)인데 황정견이 차를 즐겨 마셨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수류화개(水流花開)는 스승 소동파의 십팔대아라한송(十八大阿羅漢頌)에서 인용한 구절입니다.

같은 단어나 문장이라도 상황과 경우에 따라 다르게 표현됩니다. 소동파의 원문에서는 무위자연(無為自然)을 노래했지만 여기서 저는 앞 문장과 연결해서 ‘차(水)를 넘기고 행복(花)이 핀다’로 해석했습니다.

--
책을 읽거나 글을 쓰다가 접하는 한시의 해석을 찾아 보면 번역이 중구난방에 단어 또는 숙어의 뜻이나 지은이의 의도를 찾기 보다는 한자 뜻을 그대로 옮겨 놓아 이해되지 않는 문장이 많아 직접 번역하기 시작했습니다. 잘 못 번역된 곳이 있으면 지적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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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루슨
2018. 4. 17. 12:49 일상 日常/루슨 생각


지인과 청주에 대해 얘기하다가 오늘 퇴근길에는 청주에 대해 정리해 볼까 합니다.
시드니에서 아들한테 주고 오는 바람에 다시 주문한 에어팟(AirPods)도 퇴근길에 긴자(銀座) 에플 스토어에 들러 받아 가야 하는데..

지금은 청주라고 하면 음식점에서 마실 수 있는 청하(清河)와 제사상에 주로 쓰는 백화수복(白花壽福)정도입니다만, 사실 우리 민족은 청주를 즐겼습니다.

지금은 소주 맥주가 대세지만 우리의 전통주 청주에 대해 알아 보겠습니다.

맥주(麦酒)야 개화기 이후에 유럽에서 온 술(일본을 통해서)이고 소주(焼酎)는 고려말 원나라(몽골)를 통해 들어왔습니다.
조선 초에 소주에 대한 기록을 찾아 볼 수 있는데 세종실록에서 이조판서 허조가..

“예로부터 술 때문에 몸을 망치는 자가 많습니다. 신이 벼슬에 오를 때는 소주를 보지 못했는데 지금은 집집마다 있습니다. 게다가 소주 때문에 목숨을 잃는 이가 흔합니다. 금주령을 내려야 합니다.”

이 원문 찾다가 어제 퇴근길에 정리하는 건 실패했습니다. 결국 번역문만으로 이어 가겠습니다.

위 글에서 볼 수 있듯이 소주는 조선 초에 보급된 걸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민족이 즐겼던 술은?
바로 청주와 탁주(濁酒)입니다.

한자로 알 수 있듯이 누룩으로 술을 빚어 맑은(清) 술을 걸러 내어 청주이고 남은 걸로 다시 술지개미를 걸러낸 탁한(濁) 술이 탁주입니다.
막 걸러냈다고 막걸리라고 한다는 군요.

이렇게 청주는 탁주 보다 귀한 술로 양반이 즐기는 술이고 탁주는 평민이 즐기는 술이 되었습니다.
스코틀랜드에는 가문마다 체크무늬가 있듯이 우리나라는 가문마다 청주 빚는 비법이 전수되었다고 합니다.

그것이 일제를 거치면서 주세법에 의해 민간의 술 제조가 금지되어 전통이 끊기고 말았습니다.

제가 일본에서 청주를 즐기면서 안타깝다는 생각을 참 많이 합니다. 여기는 각 지방마다 이름도 맛도 다르고 특색있는 청주가 참 많이 있거든요.

그 일본 청주의 이름 중에 마사무네(正宗)라고 있습니다. 우리말 발음으로 정종입니다.
우리가 청주를 정종이라고 하는 데 그건 사실 일제 시대 때 우리 전통 청주를 다 없애고 일본 양조 공장에서 만들어 시중에 보급시킨 일본 청주 이름이었습니다.

일본어로 술 주(酒)자를 사케라고 읽는데 일본은 청주를 사케(酒)라고 합니다.
일본의 대표적인 술이라고 인식하는 듯 합니다. 그래서 청주의 다른 표현으로 니혼슈(日本酒, 일본술)라고도 합니다.

지금은 일본의 술이라고 하는 청주가 8세기에 쓰여진 일본 고사기(古事記)에 의하면 백제인이 전한 걸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럼 백제는 누룩을 발효시켜 술 빚는 기술을 어디서 배웠을까요?
중국? 아닙니다. 소서노의 두 아들이 고구려의 유민들 데리고 와서 세운 백제의 지배민족은 고구려(고려)인이었습니다. 이 고구려가 발효 기술이 발달되어 있었습니다. 중국 문헌에 의하면 발효 기술의 하나인 된장을 “고려취(高麗臭)”로 기록되었답니다. 고려 사람만 만나면 된장냄새가 코를 찔렀던 거죠.. ㅋ

중국에도 청주와 비슷한 술이 있는데 이를 황주(黄酒)라고 합니다. 무색 투명하지 않다는 얘깁니다.

그래서 황주를 즐길 때 우선 색(色)을 즐기고 그 다음에 향(香)을 즐기고 맛(味)을 즐긴다고 합니다.

중국의 황주는 단맛의 정도에 따라 감(甘), 반감(半甘), 건(乾), 반건(半乾)의 4가지로 구분하고 일본의 사케도 카라구찌(辛口, dry)와 아마구찌(甘口, sweet)로 구분해서 즐기는데 우리나라는 고작 청하나 백화수복을 비롯해 몇종류 뿐입니다.

청주를 살리는 길이 우리 전통을 살리는 길인 것입니다.. ㅎ

posted by 루슨
2018. 4. 13. 20:09 자녀교육

아침에 유학중인 아들 문자 확인하고 출근 길에 쓴 글.

【아들 질문】
얼마전에 기독교를 믿는 친구랑 종교에 관해 얘기를 했는데 저에게 굳이 불교를 믿는 이유가 뭐냐는 질문를 받았어요. 가족 따라 믿는거 외에도 불교적 사상이 좋다는 생각이 있지만 자세히 알지 못했기에 친구를 납득 시킬 수 없었어요.
아버지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시나요. 저번에 말씀 해 주셨던 여러 신을 마음에 들이지 말라는 이유도 알려주세요.

【아빠 답변】
우선 '여러 신을 마음에 들이지 말라'고 한게 아니고 신을 마음에 들이지 말라고 했겠지.

신(神)은 무엇인가?
인간이 정의하는 신의 존재는 창조론(創造論)과 진화론(進化論)으로 대비되는데 이건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 처럼 결론이 나지 않는 명제라서 떠나 얘기할께.

우선 아빠는 무신론(無神論) 할아버지는 유신론(有神論) 그렇지만 종교관(宗教観)은 크게 다르지 않아.

신(神)은 인간의 의지하고 싶은 마음이 만들어 낸 믿음의 상징체라고 생각 해.

삼국지에서 신이 된 유일한 인물은 관우지? 사당을 지어 제사를 모시고 길흉화복(吉凶禍福)을 의지하게 함으로서(충신을 숭배하게 하는 정치적인 이유로) 관우는 사람들 마음속에 믿음으로 자리잡게 된거야.

단군은 1800년간 조선을 다스리다 산에 올라 스스로 신이 되었다고 삼국유사에 나오는데 단군도 마찬가지로 처음에는 정치적인 이유(国祖, 나라의 뿌리)로 신화(神話)를 만들고 사람들이 믿게 한거야.
1800년간 살았다는 건 '단군'이 이름이 아니고 직책(王様)이어서 대대로 조선을 다스렸다는 뜻이고..

신은 죽음의 공포와 질병, 자연재해의 두려움에서 의지하고 마음 편해지려는 믿음인데 처음부터 그리고 지금도 어떠한 '목적'에 이용 당하는 경우가 많아.

무소유가 기본 이념인 불교에서 승려가 고급차 몰고 다니고 메스컴에서 싸우는 장면이 나오거나 교회가 신도 머릿 수데로 권리금 받고 교회를 매매하는 행위는 사람의 믿음을 이용한 목적의 수단이 되는거지.

게다가 극단적인 경우에는 사탄으로 규정해서 살인을 저지르고도 죄책감이 없거나 종교적인 이유로 군대에 안 가는 경우 처럼 법률 보다 종교를 우선시 하는 그릇된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어.

인도가 파키스탄 하고 그리고 파키스탄이 방글라데시와 나라가 나뉘었는데.. 방글라데시는 정치적인 이유이지만 파키스탄은 종교적인 이유로 나라가 나뉘었어.
이렇게 종교라는 개념은 인간의 역사에 믿음을 넘어 '목적'되어 버리는 경우가 많아.

그래서 아빠는 신이 있다고 믿기 보다 그렇게 믿음으로써 어떤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지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힘을 키웠으면 해.

언제나 맹목적인 추종이 문제가 되는거야.

특히 기독교에서는 하나님이 유일신이라고 우리 전통인 제사를 외면하는 것이 맘에 안 들고.

너희 엄마도 어렸을 때 집이 어려운데도 엄마가 교회에 헌금한다고 돈 갔다 줄 때 싫었다고 하더라.

16세기 유럽에서 청교도 혁명으로 종교 개혁이 일어난 이유도 자금을 모으려는 목적의 '면제부' 때문이었고..

그래서 할아버지 할머니나 아빠는 '돈'이라는 어떤 사람들의 목적에 수응하지 않고 스스로의 믿음에만 충실한거야.

할아버지가 노력은 무지 하는데 일이 잘 안풀려서 할아버지 하는 일 잘 되라고 조상님(儒教)과 부처님(仏教)을 믿고 의지하는 거고.

할머니가 아빠는 도쿄에 있고 너는 페낭에 있어 걱정하시니까 마음 편하게 해 드리고 또 만나기 위해서 할머니한테 일본 부처님한테 빌어 달라고 하고 말레이시아 부처님한테 빌어 달라고 하면서 안 오신다는 걸 오시게 하는 거고..

아빠한테 불교의 의미는 전통과 문화로의 가치와 중요성이고 기독교는 유럽 역사와 중세 사람들의 문화와 가치관 정도야.

그리고 어렷을 때 할머니 따라 다니며 먹었던 절 밥에 대한 추억이고..

지금도 제사상과 절에 갔을 때 향 냄새를 맡으면 마음이 정화되는 기분이고 누군가 나를 위해 살아 왔구나 하는 마음이야.

너도 절에 가서 향을 맡으면 할머니가 너를 위해 많은 시간 걱정하고 보살핀걸 떠올릴 수 있을꺼야.

2014년 10월 7일 출근길 도쿄 지하철에서..

posted by 루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