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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태어나 집은 페낭이고 도쿄에서 일하는 루슨(여권 미들네임)이 써 가는 블로그입니다. #Korea #Penang #Tok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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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7. 14. 08:26 일상 日常/루슨 생각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의 가슴 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 퍼진다.”
- 정호승《수선화에게》

고독은 열등감과 함께 사람의 영혼을 갉아먹는 부정적인 감정으로 심한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은 정신적으로 대단히 고통받는다고 합니다.
게다가 고독을 겪는 사람은 우울과 소외감을 느끼기 쉽습니다.

언제나 곁에 누군가 있던 사람은 절대 느끼지 못 할 감정입니다.

제 인생 최고의 고독은 기러기 시절이었습니다.
집 사고 사업 시작했는데 1년도 안되 동일본 대지진에 방사능.

사업 초기 빚만 늘어 가는데 집은 세 주고 가족을 피난 보내고 나니 돈이 없어 홈리스로 잠 잘 곳을 찾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돈 모아 원룸을 얻었어도 아들 근처에서 살고 싶어 쿠알라룸푸르로 가기 전까지는 줄곧 그랬던 것 같습니다.

고독의 사전 뜻은 '세상에 홀로 떨어져 있는 듯이 매우 외롭고 쓸쓸함.' 입니다.

고독이란 말은 맹자(孟子)에서 양나라 혜왕의 장구 하편(梁惠王章句 下)에 나오는

老而無妻曰‘鰥’. 老而無夫曰‘寡’. 幼而無父曰‘孤’. 老而無子曰‘獨’. 此四者, 天下之窮民而無告者. 文王發政施仁, 必先斯四者.

“늙어서 아내가 없는 이를 ‘환鰥’이라 하고, 늙어서 남편이 없는 이를 ‘과寡’라 하며, 어려서 의지할 부모가 없는 이를 ‘고孤’라 하고, 늙어서 자식이 없는 이를 ‘독獨’이라 합니다. 이 네 분류의 사람들은 천하의 궁핍한 백성들로 하소연할 곳이 없는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문왕께서 정치를 시작하고 인정을 베푸실 때 반드시 이 네 사람들로부터 시작했던 것입니다.”

이렇듯 고독의 어원은 환과고독(鰥寡孤獨)에서 비롯되었다고 합니다.

저는 그 시절 사업은 고꾸라져 주위에는 돈 달라는 사람과 비난하는 사람들 뿐이고 그래도 베트남 사무실 경비 보내고 유학 중인 가족 생활비 보내면서 낮에는 남의 회사 프로젝트에서 일하고 밤에는 내 회사 일 처리하면서 새벽 3, 4시가 되야 양주 들이키고 겨우 잠 들 수 있었습니다.

바쁜 생활 속에 고독은 사치일꺼란 생각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사람이 무너지는 이유가 힘들어서가 아니고 위로 받지 못해서”란 말을 실감하며 위로 받고 싶었고 누군가 곁에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빚을 다 갚을 때까지는 그렇게 혼자 숨어 지냈습니다.

그때부터였습니다.
친구다 취미다 봉사활동이다 주말이면 바빴던 제가 혼자서 그렇게 집에만 갖혀 살기 시작 한 때가..

바쁘게 살면서도 주말마다 주민 문화센터에서 하는 수채화 교실에 나가 그림 그리고 원룸에서 요리 만들어 SNS에 올려 소통하고 글 쓰면서 괴로울 땐 탈북자들의 목숨 건 탈북 스토리 방송 찾아 보며 눈물 흘리며 가까스로 버티고 있었습니다.

지나고 보니 제 인생의 대부분의 글을 그때 쓴 것 같습니다.

그 SNS에 올린 요리 사진을 보셨는지..
집에만 다녀 가시면 며느리 욕하고 행복할 땐 흠집 내고 방해만 하시던 엄니가 그러고 사니까 속도 없이 혼자 사는데 뭘 그리 잘 해 먹느냐고 동생들하고 칭찬했다 하시더군요.

사람들 만나기 싫고 골프는 사업 원활해 질 때까지 3년간 스스로 금지령 내리고 골프세트 아버지한테 보낸 터라 주말이면 클래식 틀어 두고 집 청소하고 빨래방에서 빨래하고 건조할 때까지 책보며 글쓰며 지냈습니다.

지옥같은 시간을 버티는 방법 치고는 건전하고 유익한 듯 하지만 잠들기 위해선 위스키가 필요했던 것이 그때 생긴 제일 안 좋은 버릇이었습니다.

사업과 생활이 안정되고도 고쳐지지 않던 것이 아내가 곁을 지키면서 위스키 없이 잠들 수 있었습니다.
아프면 걱정해 주고 식후에 영양제 챙겨 주고 주말에 정원에서 일 하거나 주방에서 요리하거나 2층 침실에서 쉬고 있을 때 들리는 아내의 피아노 소리에 고독했던 시절은 잊혀지고 행복에 젖어 듭니다.

유학생활 내내 잠 잘 시간도 없이 일하고 공부했어도 주말 아침에는 클래식 틀어 두고 쉬었는데 그게 테이프에서 CD 그리고 유투브를 거치며 스피커에서 흘러 나오다 거실 피아노 건반에서 흐르는 생활을 맞이하며 느끼는 행복감입니다.

한때는 스스로 피아노를 치고 싶어 주말마다 피아노 학원에 다닌 적도 있지만 이젠 그러지 않아도 되고 그러고 싶지도 않습니다.

그러다 작년 봄엔가 엄니가 집에 다녀 가시면서..
“쟤는 요리시키고 넌 피아노만 친다며?”

아니요.
이제는 쭉 행복하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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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루슨
2019. 11. 6. 08:17 일상 日常

난 표준말을 쓰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서울 여자하고 살다 보니 그게 화제거리가 되기도 하고 놀림거리가 되곤 합니다. 그래서 알았습니다.

가장 많이 쓰는 게..
넣다 ⇒ 늫다
얻어 먹다 ⇒ 읃어 먹다

그래서 찾아 봤더니..
참외 ⇒ 채미
나무 ⇒ 낭구
가위 ⇒ 가새
구경 ⇒ 귀경
절이다 ⇒ 절구다
성(姓) ⇒ 승
어른 ⇒ 으른
더럽다 ⇒ 드럽다
없다 ⇒ 읎다

제가 쓰는 말에는 이런 것들이 있더군요.

재밌다고 다시 말 해 보라는데..
표준말로 신경 써서
“넣어 주세요.”
했더니 어색하다고 또 웃는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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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루슨
2019. 3. 19. 08:43 일상 日常

내 나이 마흔을 바라 볼 때..
그때는 서른을 넘길 때 보다 힘들었습니다.

서른에는 늦은 유학에 대학 다닐 때 20대 초반의 파릇파릇한 애들하고 같이 공부하면서도 어울릴 수 없는 입장과 처지와 세계관을 가지고..

가장 생각이 많았던 시간은 등교 길 대학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강의실로 향하는 대나무 쑥쑥 자라던 길..

일드 코이노치카라(恋のチカラ)에 서른을 정의하는 대사가 있어서..

この世に生まれて30年と6ヶ月19日。もう恋をすることなんて、ないだろうと思っていた。
세상에 태어나 30년하고도 6개월 19일째, 더이상 사랑이란 걸 할 수 없을꺼라 생각했다.

그랬던 서른.
내 인생의 모든 꿈과 희망을 쏟아 부어 일본에 말뚝 박고 집을 사고 사업 시작 해서 해외 사무실도 질러 버렸던 시절.

그러다 더 무겁게 다가 온 마흔..
불혹..

생에 처음으로 혼자 여행을 하며 생각들을 글로 남겼습니다.

그런 저한테 용기를 준 사람은 김은숙씨.
드라마 신사의 품격에서 이런 대사를 보내 주데요.

“우린 고작 성장기 중년일 뿐이야. 아직 자신의 인생을 바로잡을 시간이 충분히 있어”

그래 어렸을 땐 모든 게 완벽한 시기인 줄 알았는데 그래서 부담도 많았는데 난 아직 성장기 중년일 뿐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했습니다.

이제는 쉰을 준비해야 합니다.

서른은 닥치고 생각했습니다.
마흔은 1, 2년 전부터 생각이 많아 글로 정리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벌써부터 생각이 많습니다.
이제 두달이면 40대도 꺽어지다 보니..

게다가 이번엔 한국에 귀국해서 살아야 합니다.
아버지가 공무원하라시는 거 도망쳐서 20년을 살았습니다. 아버지 칠순 때 쯤 제가 쉰 넘으면 귀국한다고 약속했거든요.
한국에서 25년 해외에서 25년.

그런 맘을 좀 편하게 해 준 드라마가 있으니..
“나의 아저씨”

이 드라마를 보면서 내용 전개에는 별 관심이 없고 동래 술집에 모여서 술 마시는 중년 친구들 보면서 스스로를 위로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 저렇게 살면 되는 거라고..
한국에 들어 가도 뭐 대단한 걸 해야 하는 건 아니라고..


“내가 내년이면 오십이다 오십!
놀랍지 않냐 인간이 반세기 동안 아무것도 안 했다는 게.. 아무것도 안 했어. 기억에 남는 게 없어.
학교 땐 죽어라 공부해도 밤에 자려고 누우면 삼시세끼 챙겨 먹은 기억 밖에 없더니 이게 딱 그 꼬라지야.
죽어라 뭘 한 것 같은데 기억에 남는 게 없어.
없어.. 아무리 뒤져 봐도 없어..
그냥 먹고 싸고 먹고 싸고..
대한민국은 오십년 동안 별 일을 다 겪었는데..
인간 박상훈의 인생은 오십년간 먹고 싸고 먹고 싸고..”

그래도 나는 매화 꽃잎 날릴 때 술 한잔 할 수 있는 이쁜 정원 하나는 만들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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