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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태어나 집은 페낭이고 도쿄에서 일하는 루슨(여권 미들네임)이 써 가는 블로그입니다. #Korea #Penang #Tok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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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8. 21. 21:47 일상 日常/루슨 생각


다행이다.
퇴근길 집근처 전철역에 내릴 때 쯤 손바닥 가려운 건 이제 괜찮네..

아침을 안 먹어 점심을 좀 일찍. 그래서 5시만 되도 배가 고파 오는데 더워서 그런가 요즘들어 너무 피곤하고 더 배고픈 것 같고..
코로나도 위험하니 집에 가서 먹어야 하는데 기운이 없어 회사 근처에서 매운 동코츠 라멘에 김치하고 사케.

매번 먹는 조합인데 오늘은 여기 저기 긁다가..
설마!!

손바닥이 가려워서 빨리 계산하고 나왔는데 혀 밑이 붓는 느낌.

어떻하지.. 어떻하지..
집사람 연주할 시간이라 연락도 안되는데..
어떻하지..
전철 타러 못 가고 안절부절.

전철에서 약 먹어야 할지 모르니까 일단 편의점에서 물부터 사고..
전철에서 쓰러진 사람 많이 봤는데 역무원이 바로 달려 와서 구급차 불러 주니 괜찮겠지?
그렇게 귀가 전철 탑승.

처음 알러지 증상이 나타난 건 4년 전 쯤 유제품 알러지였습니다.
매일 아침 사무실에서 카페라떼인지 카푸치노인지 캔커피 하나씩 마셨는데 2주쯤 지나니까 몸이 가렵고 명치가 답답하고 아팠습니다.

그때 제가 어려서부터 빵과 우유를 잘 못 먹은 이유를 알았습니다. 유제품 알러지가 있는데 그동안 증상이 안 나타나 그냥 좋아하지 않는 줄로만 생각했습니다.

이게 나이 들어 나타날 수도 있구나..

그 뒤로 먹다가 긁어도 저는 생각 없이 먹는데 집사람이 먼저 눈치 채고 먹지 말라고 합니다.
‘내가 이런 건 둔하구나..’

유제품만 조심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어느날 밥 먹다가 손바닥이 가렵기 시작해 혀 밑이 좀 불편해 지더니 온 몸이 가려워서 옷을 다 벗고 침실에서 에어컨하고 선풍기 틀어 두고 여기 저기 긁기 시작.

안되겠다 싶어 당시 한국에 있던 아내한테 전화하니 약국에 가면 알러지 약이 있다고 해서 약 사 먹고 가라 앉았습니다. 알러지 약도 있구나 그때 알았습니다.

그 이후로는 어떤 곡식이 많이 든 죽 먹었을 때하고 출근길에 잴리형 건강 음료 마셨을 때 비슷한 증상이 나타나 회사에 못 간다 연락하고 집으로 되돌아 온 뒤로 밖에 나갈 때 알러지 약이 없으면 불안해서 꼭 챙겨 다니게 되었습니다.

나한테 왜 이런 일이 생기지?

하루는 여느 때처럼 엄니가 보내 주신 김치로 찌개 끓여 먹는데 가족 중에 저만 또 알러지 증상. 그런데 이번엔 너무 심해서 약 먹고 바로 침대에 누웠는데 혀하고 식도는 붓고 복통이 심해서 배 움켜 잡고 있는데 집사람이 구급차 부르자는 빠른 판단에 또 한번 위기를 넘길 수 있었습니다.

아파도 약을 안 먹고 일단 참고 보는 제 습관이 알러지를 만나고 아내가 곁에 없었으면 큰일 날뻔했습니다.

서로 당황한데다 집사람은 일본어도 서툰데 다행히 딸이 바로 전화해 걸어서 3분 거리의 소방서에서 구급차 도착.
그렇지만 저는 복통 때문에 일어나지 못 해 소방대원들이 침실로 들어 와 들것으로 옮기고 구급차에선 호흡 곤란 때문에 우선 산소 호흡기부터 채우고 출발. 딸이 구급차에 같이 타고 집사람은 제 차 운전해서 구급차 따라 이동.

이동 중에는 소방대원이 병원에 연락하면서 다른 대원은 신원 파악하고 증세 물어 보는데 제가 혀하고 식도가 부어서 말을 제대로 못 하는 데다 딸은 우느냐고 대답을 못 해서 소방대원이 병원에..
환자가 한국사람인데 환자와 보호자 모두 일본어를 못 한다고 보고하는 게 들렸습니다.

우선 딸부터 안심시켜야 겠다는 생각에..
“아빠 괜찮아. 울지 마..”

그리고 내가 또 언제 구급차 타 보겠냐는 생각에..
“아빠 사진 찍어 봐.”
결국 또 한번 신세졌지만..

그래도 우리 딸은 발음이 꼬여도 잘 알아 듣네.. ㅎ

구급차에서 토하고 병원 도착해서 주사 맞고 피 검사하고 링거 꽂고 잠 들었다 깨어 보니 혀만 아직 불편하고 나머지는 괜찮아 퇴원. 근데 병원비가 무려.. ㅠ

이렇게 딸하고 집사람 덕분에 살았습니다.
그 이후로도 아프면 미련 곰탱이처럼 버티는 저하고는 달리 바로 방법을 알려 주니 알러지 증상이 나타나면 이제 아내한테 연락부터 합니다.

가려움도 너무 심해서 다 벗고 온몸을 긁어도 참기 힘든데 혀하고 식도가 붓기 시작하면 혼자 할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어서 덜컥 겁부터 납니다.

그래도 오늘은 심하지 않아 다행이다.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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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루슨
2020. 7. 14. 08:26 일상 日常/루슨 생각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의 가슴 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 퍼진다.”
- 정호승《수선화에게》

고독은 열등감과 함께 사람의 영혼을 갉아먹는 부정적인 감정으로 심한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은 정신적으로 대단히 고통받는다고 합니다.
게다가 고독을 겪는 사람은 우울과 소외감을 느끼기 쉽습니다.

언제나 곁에 누군가 있던 사람은 절대 느끼지 못 할 감정입니다.

제 인생 최고의 고독은 기러기 시절이었습니다.
집 사고 사업 시작했는데 1년도 안되 동일본 대지진에 방사능.

사업 초기 빚만 늘어 가는데 집은 세 주고 가족을 피난 보내고 나니 돈이 없어 홈리스로 잠 잘 곳을 찾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돈 모아 원룸을 얻었어도 아들 근처에서 살고 싶어 쿠알라룸푸르로 가기 전까지는 줄곧 그랬던 것 같습니다.

고독의 사전 뜻은 '세상에 홀로 떨어져 있는 듯이 매우 외롭고 쓸쓸함.' 입니다.

고독이란 말은 맹자(孟子)에서 양나라 혜왕의 장구 하편(梁惠王章句 下)에 나오는

老而無妻曰‘鰥’. 老而無夫曰‘寡’. 幼而無父曰‘孤’. 老而無子曰‘獨’. 此四者, 天下之窮民而無告者. 文王發政施仁, 必先斯四者.

“늙어서 아내가 없는 이를 ‘환鰥’이라 하고, 늙어서 남편이 없는 이를 ‘과寡’라 하며, 어려서 의지할 부모가 없는 이를 ‘고孤’라 하고, 늙어서 자식이 없는 이를 ‘독獨’이라 합니다. 이 네 분류의 사람들은 천하의 궁핍한 백성들로 하소연할 곳이 없는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문왕께서 정치를 시작하고 인정을 베푸실 때 반드시 이 네 사람들로부터 시작했던 것입니다.”

이렇듯 고독의 어원은 환과고독(鰥寡孤獨)에서 비롯되었다고 합니다.

저는 그 시절 사업은 고꾸라져 주위에는 돈 달라는 사람과 비난하는 사람들 뿐이고 그래도 베트남 사무실 경비 보내고 유학 중인 가족 생활비 보내면서 낮에는 남의 회사 프로젝트에서 일하고 밤에는 내 회사 일 처리하면서 새벽 3, 4시가 되야 양주 들이키고 겨우 잠 들 수 있었습니다.

바쁜 생활 속에 고독은 사치일꺼란 생각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사람이 무너지는 이유가 힘들어서가 아니고 위로 받지 못해서”란 말을 실감하며 위로 받고 싶었고 누군가 곁에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빚을 다 갚을 때까지는 그렇게 혼자 숨어 지냈습니다.

그때부터였습니다.
친구다 취미다 봉사활동이다 주말이면 바빴던 제가 혼자서 그렇게 집에만 갖혀 살기 시작 한 때가..

바쁘게 살면서도 주말마다 주민 문화센터에서 하는 수채화 교실에 나가 그림 그리고 원룸에서 요리 만들어 SNS에 올려 소통하고 글 쓰면서 괴로울 땐 탈북자들의 목숨 건 탈북 스토리 방송 찾아 보며 눈물 흘리며 가까스로 버티고 있었습니다.

지나고 보니 제 인생의 대부분의 글을 그때 쓴 것 같습니다.

그 SNS에 올린 요리 사진을 보셨는지..
집에만 다녀 가시면 며느리 욕하고 행복할 땐 흠집 내고 방해만 하시던 엄니가 그러고 사니까 속도 없이 혼자 사는데 뭘 그리 잘 해 먹느냐고 동생들하고 칭찬했다 하시더군요.

사람들 만나기 싫고 골프는 사업 원활해 질 때까지 3년간 스스로 금지령 내리고 골프세트 아버지한테 보낸 터라 주말이면 클래식 틀어 두고 집 청소하고 빨래방에서 빨래하고 건조할 때까지 책보며 글쓰며 지냈습니다.

지옥같은 시간을 버티는 방법 치고는 건전하고 유익한 듯 하지만 잠들기 위해선 위스키가 필요했던 것이 그때 생긴 제일 안 좋은 버릇이었습니다.

사업과 생활이 안정되고도 고쳐지지 않던 것이 아내가 곁을 지키면서 위스키 없이 잠들 수 있었습니다.
아프면 걱정해 주고 식후에 영양제 챙겨 주고 주말에 정원에서 일 하거나 주방에서 요리하거나 2층 침실에서 쉬고 있을 때 들리는 아내의 피아노 소리에 고독했던 시절은 잊혀지고 행복에 젖어 듭니다.

유학생활 내내 잠 잘 시간도 없이 일하고 공부했어도 주말 아침에는 클래식 틀어 두고 쉬었는데 그게 테이프에서 CD 그리고 유투브를 거치며 스피커에서 흘러 나오다 거실 피아노 건반에서 흐르는 생활을 맞이하며 느끼는 행복감입니다.

한때는 스스로 피아노를 치고 싶어 주말마다 피아노 학원에 다닌 적도 있지만 이젠 그러지 않아도 되고 그러고 싶지도 않습니다.

그러다 작년 봄엔가 엄니가 집에 다녀 가시면서..
“쟤는 요리시키고 넌 피아노만 친다며?”

아니요.
이제는 쭉 행복하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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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루슨
2019. 11. 6. 08:17 일상 日常

난 표준말을 쓰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서울 여자하고 살다 보니 그게 화제거리가 되기도 하고 놀림거리가 되곤 합니다. 그래서 알았습니다.

가장 많이 쓰는 게..
넣다 ⇒ 늫다
얻어 먹다 ⇒ 읃어 먹다

그래서 찾아 봤더니..
참외 ⇒ 채미
나무 ⇒ 낭구
가위 ⇒ 가새
구경 ⇒ 귀경
절이다 ⇒ 절구다
성(姓) ⇒ 승
어른 ⇒ 으른
더럽다 ⇒ 드럽다
없다 ⇒ 읎다

제가 쓰는 말에는 이런 것들이 있더군요.

재밌다고 다시 말 해 보라는데..
표준말로 신경 써서
“넣어 주세요.”
했더니 어색하다고 또 웃는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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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루슨